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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면접은 올바른 선발 도구가 되기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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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면접은
올바른 선발 도구가
되기 어려울까?

2026.02.25

왜 면접은 올바른 선발 도구가 되기 어려울까?

: '사람의 눈'이 만드는 오차를 줄이는 방법

 


 

미국에는 “정의(正義)란 판사가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에 달려 있다”는 냉소적인 말이 있습니다. ‘배고픈 판사 효과’라 부르기도 하지요. 과장이 섞였지만, 이 말이 완전히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 이스라엘에선 흥미로운 가석방 통계가 나왔습니다. 컬럼비아대 레바브(J. Levav)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1천여 건의 가석방 심리를 분석한 결과, 판사들은 아침이나 점심 식사 직후에 훨씬 더 너그러운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침엔 가석방 통과율이 65%에 달했지만, 늦은 오후에는 10%밖에 되지 않았지요. 점심 전 12시 30분에 가석방이 통과된 비율이 20%에 그쳤지만, 점심을 먹은 직후에는 60%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이쯤 되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배후가 따로 있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판결의 주체는 이성이 아니라 무의식으로 보이지 않나요?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판사들조차 이렇다면, 채용 면접관들은 어떨까요?

 

흔히 면접을 ‘채용 전형의 꽃’이라 부릅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채용 담당자가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전형이기도 합니다. 질문 설계부터 면접관 교육, 일정 운영까지 해야 할 일이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채용 담당자들은 면접을 신뢰한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개선하고 싶은 전형’으로 면접을 꼽습니다. 면접의 결정력은 큰데, 결과에 대한 확신은 낮다는 뜻이지요.

 

여기에 담긴 불편함의 정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면접은 ‘사람의 눈’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습니다.

 

 

▶️ 사람은  ‘보는 존재가 아니라 해석하는 존재

 

사람은 자신이 눈으로 확인한 것을 진실이라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눈으로 ‘있는 그대로’를 본다기보다 뇌가 구성한 해석 결과를 경험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본다’보다 ‘무엇으로 보인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릅니다.

 

이 차이는 평가 상황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같은 지원자를 보고도 면접관마다 결론이 달라집니다. 경험이 많은 면접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래 쌓인 인상, 학습된 기억, 익숙한 성공 모델이 판단에 끼어들지요. 이것이 바로 ‘프레임(frame)’입니다.

 

프레임이 작동하면, 사람은 자신이 믿는 방향에 맞는 증거를 더 잘 모으게 됩니다(확증편향). 그리고 한 가지 좋은(또는 나쁜) 인상이 다른 특성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후광효과)도 쉽게 생깁니다.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는 면접은 결국 이런 구조적 한계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만으로 잠재력과 성과 가능성을 정확히 판별하는 일은 원래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으로 보면 알 수 있다’는 감각을 과신해 왔습니다.

 

 

▶️ ‘면접 환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면접 환상(Interview illusion)’으로 설명합니다. 즉흥 질문, 면접관 재량이 큰 면접 등 비구조화 면접이 실제 예측력이 낮다는 연구가 누적되어 있는데도, 현장에서는 그 유효성이 쉽게 버려지지 않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면접 환상

면접 환상(Interview Illusion)

 

이 환상이 강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면접은 ‘사람을 이해했다’는 감각을 주기 때문입니다. 면접관은 자신이 질문하고, 상대가 답하고, 그 답을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며 “판단했다”는 확신을 얻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이 먼저 결론을 만들고 의식이 그럴듯한 이유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지요. 지원자는 다짐을 보여주고, 면접관은 그 다짐에서 기대를 봅니다. 기대가 커질수록 질문은 확인 질문이 되고, 평가는 더 공고해지지요.

 

그래서 면접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예컨대 토익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해외 영업에 적합할 것이라 기대하거나, 말을 논리적으로 하는 사람을 ‘일을 잘할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성과를 만드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될 때까지 실행하고 조정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면접은 그 실행의 습관과 회복 탄력성을 보기 어려운데, 말의 설득력은 너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개선‘은 맞지만 해결‘은 아닌 구조화면접

 

그렇다면 면접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는 편견을 줄이려는 방법으로, 지원자를 한 명씩 종합 평가하기보다 질문 단위로 답변을 비교·채점하는 ‘수평 평가(horizontal evaluation)’를 권합니다.

 

질문 1에 대한 모든 지원자의 답을 한 번에 비교하고, 질문 2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렇게 하면 특정 지원자의 초반 답변이 뒤 평가를 끌고 가는 문제나, 마지막 순서의 지원자가 유리해지는 최신효과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구조화 면접의 특성

 구조화 면접(Structured Interview) 

 

또 다른 제안은 ‘구조화 면접(structured interview)’입니다. 동일한 질문, 동일한 절차, 동일한 평가 기준을 미리 설계해 면접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직무 분석을 바탕으로 질문과 평가 기준을 정하고, 상황질문·과거행동질문 등을 체계화한 덕분에 ‘주먹구구식 면접’보다 나아 보입니다.

 

다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구조가 있어도 판단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은 첫인상과 초기 평가에 끌립니다. 실제로 구조화 면접에서도 초기 인상이 이후 평가와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면접관이 구조화 면접의 설계 의도와 평가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구조화는 ‘좋은 양식’으로만 남게 됩니다. 다시 말해 형식만 표준화될 뿐, 판단은 여전히 흔들립니다.

 

 

▶️ 면접을 고도화한다는 것: 을 보완하는 자료를 갖추는 일

 

면접 개선의 핵심은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면접관 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면접관이 흔들리지 않도록 검증 자료를 갖추는 것에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면접관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얹는 방식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면접관은 편견과 편향이라는 인간의 한계와 싸우며, 짧은 시간 동안 높은 집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피로와 부담은 더욱 커지지요.

 

그래서 실무에서 효과가 나는 개선은 대체로 “면접을 버리자”가 아니라 “면접을 덜 외롭게 만들자”에 가깝습니다. 면접관의 직관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그 직관이 과도하게 지배하지 않도록 사전에 확보된 데이터와 체크 포인트로 균형을 잡는 것입니다.

 

이 맥락에서 기업은 면접 전형을 보완하는 도구를 검토하게 됩니다. AI역량검사, AI면접 등을 활용하면 면접관은 대면 면접에서 첫인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사전에 확보된 결과를 바탕으로 검증 질문과 심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객관성은 물론이고 면접의 효율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평가자가 동일 자료를 보고 의견을 합칠 수도 있고, 수십 분짜리 면접에서도 보이지 않는 측면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 면접의 역할에 대한 재정의

 

면접은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는 선발 도구입니다. 그러나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합니다.

 

기업은 미래의 고성과자를 원합니다. 그런데 성과와 성장 가능성은 대체로 지원자의 ‘보유 역량’과 ‘발현 조건’에 달려 있고, 이것은 짧은 대화와 첫인상만으로 정확히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면접을 ‘판단의 종착지’로 두기보다, 다른 자료로 만든 가설을 검증하는 자리로 옮겨야 합니다. 면접관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확인하는 사람’, 더 나아가 ‘함께 일할 준비를 돕는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판사가 무엇을 먹었는지’가 판결에 스며들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면, 면접관의 하루 컨디션도 평가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흔들림을 줄이는 설계를 갖추는 일입니다. HR의 전문성은 결국 사람을 보는 ‘감(感)’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정확히 볼 수 있는 과학적 시스템을 갖추는 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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