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선배가 전하는 주~중니어 커리어 개발
✍️ 작가의 한마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동기부여가'를 꿈꾸며 조직내에 긍정적 문화를 전파하고자 노력하는 10년차 HR 담당자입니다. 모든 HR 담당자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는 세상을 꿈꾸며1~5년차 '주니어~중니어 HR 담당자의 커리어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HR. 취준생이 가장 먼저 만나는 직장인이자, 많은 인문계열 졸업생들이 희망하는 포지션이 바로 HR 담당자입니다. 하지만 ‘신입’ 인사 담당자로 입사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3번 정도 신입 인사 담당자 채용을 진행해 본 것 같은데, 채용 공고를 올릴 때마다 3~400명 이상은 지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1명을 뽑는 자리이니, 최소 경쟁률이 300:1 정도 됐던 거죠.😲
그렇다면, 신입 인사 담당자로 입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인사 직무를 희망하는 사람 자체가 많기에 경쟁률이 높습니다. 인문계열은 물론이고, 요즘은 이공계열 졸업생분들 중에서도 HR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이공계 졸업생들이 개발자나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HR로 직무 전환을 하는 케이스도 많고, 처음부터 ‘통섭형 인재’를 칭하며 HR로 조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취준생 입장에서 HR 담당자라는 포지션은, '나의 채용을 담당하는 처음 만나는 직장인'. 그래서 꿈의 직무와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인사 직무는 이렇다 할 자격요건이 없습니다. 개발자 채용공고에서 볼 수 있는 C#, Python처럼명확한 요건이 없죠. 만약 있다면 해당 언어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어느 정도 준비가 될 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관련 자격증이라고 할 만한 것도 공인노무사, PHR 정도인데, 취준생이 취득하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것들 뿐입니다.
이렇듯 자격 요건이 없다 보니 신입 인사 담당자로 취업하기 위한 ‘프리패스권’도 없어요. 요즘 HR에 대한 관심을 어필하기 위해 인사 관련 사설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공인노무사 1차 합격증 등을 이력서에 기입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절대적인 합격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정량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자기소개서, 교내/대외 활동 경험, 인턴 경험 같은 정성적인 기준으로 채용하게 되는데, 정성적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명확하지 않다 보니 대기업에서는 인사 담당자의 출신학교나 영어시험성적과 같은 ‘스펙’이라 불리는 일반적인 조건들이 상향평준화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또한 인사 업무 자체가 경영진과 소통할 일이 많다 보니 모든 면에서 까다롭게 채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무 전문성뿐만 아니라 인상, 태도, 말투, 소통 역량, 의지, 열정, 도덕성 등…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바람직한 사람이어야한 것이죠.
하지만 신입 인사 담당자로 입사하기 어려운, 가장 주요한 이유는 T/O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인사 담당자’라는 Staff 포지션에 개발자나 엔지니어, 영업직처럼 많은 인원을 두지 않죠. 그리고 채용하더라도 신입보단 경력자 위주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신입 인사담당자가 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만약 인사 담당자가 되었다면 수많은 취준생들이 꿈꾸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생각해도 됩니다. 실제로 인사직무를 희망하던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HR로 조인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직무로 전환해서 취업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 소중한 기회를 잡은 여러분이 더욱 좋은 인사담당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올라갈 예정이니, 부디 단 하나라도 깨닫고 얻어갈 수 있는 유익한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밝은 미래가 예정된 신입 인사담당자의 바쁜 하루를 그려줘"
HR 담당자가 가져야 할 기본 조건
HR 담당자가 가져야 할 기본조건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HR에 대한 신념과 진정성’이라 생각합니다. HR 자체가 사람에 대한 일을 하는 직무이기도 하고, 회사와 직원들 사이를 중재하며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일이기에 특히나 신념과 진심, 일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결정적으로 HR이라는 것이 남의 인생에 개입하는 일이다. 내가 내린 의사결정이 우리 직원들 삶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내가 설계한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달리 말하면 나보다 훨씬 훌륭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이 내 자리에 있었더라면 우리 직원들의 현재가 달라졌고, 미래도 달라질 수 있는 일이다. 나 살자고 남의 인생 망칠 수야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한 마디로 인사는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장, <월간 인사관리> 2020년 5월호
제가 매우 공감하는 글이자, 볼 때마다 ‘진심으로 일하는 HR 담당자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글인데요. 윗글처럼, HR 담당자가 인사 업무와 직원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회사의 HR이 달라집니다. HR이 달라지면 조직이, 문화가 바뀔 수 있고 직원들의 만족도나 직장생활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만큼이나 HR 담당자의 진정성과 사명감, 책임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신입 인사담당자를 채용할 때, 태도나 마인드셋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직무 전문성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키울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다면 누군가가 키워주기는 어렵거든요. 수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자리에 오게 되었다면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진심으로 HR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페셜리스트가 좋을까요 제너럴리스트가 좋을까요?
기업 내 특정 직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스페셜리스트여야 하는지, 제너럴리스트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보통,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직무가 세분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페셜리스트가 많아지게 되지만, 해당 직무의 리더가 되었을 때는 더 넓은 시각을 가진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경험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쉽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HRD로 경력을 시작해서 HRM까지 영역을 넓힌 HR 담당자로서 조언하자면 여러 가지 세부 직무를 직접 경험해 봐야 해당 직무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기에, 주니어 레벨에서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즉, 주니어 레벨에서는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를 구분하기보다는(구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겠지만...)직무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유관 직무를, 얼마나 경험해 볼지 고민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연차에는 다양한 세부 직무를 경험하며 내가 HR의 세부 직무 중 어떤 업무에 강점이 있고, 흥미를 느끼고, 잘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주니어로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을 담당할 수는 없을 테니, ‘모든 경험이 나의 자산이 된다’라는 생각으로 작은 일이더라도 최선을 다하며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꿈꾸는 미래의 방향을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건 제 일이 아닌데요" 식의 태도를 가진 MZ보다는, 작은 일도 기꺼이 진심으로 임하는 주니어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도와주고 싶은 게 선배의 마음이니까요:D 그렇게 선배들의 신뢰를 얻고, 그 선배들의 실무 노하우를 하나씩 배워두면 좋습니다.
다음으로, 다양한 세부 직무 중 본인의 방향을 찾았다면 그 방향으로 스터디도 하고 전문성을 쌓아가면서도 다른 직무 경험도 지속하는 게 좋아요. ‘나는 조직문화 담당자로 커리어를 성장시키고 싶은데, 내가 왜 4대 보험 업무를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쓸모없어 보이더라도 HR 담당자로서의 통찰력이나 업무 센스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고연차가 되었을 때, 특히 HR 리더가 되었을 때에, 쌓아둔 경험 폭이 넓다면 분명 더 탁월한 판단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거니까요.
경력연수가 비슷한 두 인사팀장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은데요.
A 팀장님은 업무가 세분화된 대기업 인사팀에서 커리어를 쌓아왔고 직무확장 없이 주니어 때부터 채용과 평가를 담당했습니다. 팀장이 된 시점까지도 두 분야를 제외한 다른 HR 경험이 없었습니다.
A는 팀장이 된 후, 그동안 은근히 무시해 온 인건비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퇴사하게 됐습니다.
A는 급여, 4대 보험, 퇴직금과 같은 인건비 업무는 모두 ERP가 알아서 해줄 거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에 반해 본인은 그 어렵다는 평가를 담당하는 인사기획자이므로 인건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보다 훨씬 고난이도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인사팀장이 된 후 매달 급여와 4대 보험 업무를 결재해야 했는데, 직접 해본 적도,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없었기에 실무적 이슈를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무자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매번 올라오는 품의를 그대로 승인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실무자의 실수로 급여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고 실무자를 탓하는 언행을 하다 결국엔 본인이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B 팀장님도 A 팀장과 마찬가지로 업무가 세분된 인사팀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A와
달리 B는 주니어 때부터 팀의 모든 업무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본인의 메인 잡이 아니더라도 팀내 이슈가 발생면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사내·외에서 인사 담당자들과 만나 직무 스터디를 했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공부하거나 외부 교육을 찾아 듣기도 했습니다.
B는 이처럼 폭넓은 HR 경험을 쌓으며 팀장이 되었고, 대부분의 HR 직무가 본인이 직접 해봤거나 혹은 간접적으로 공부하거나 고민해 본 일들이었기에 검토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또한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 팀원들이 어떤 부분에 힘들어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제가 단순히 '제너럴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보다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니어때부터 HR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하고자 스스로 노력했는지, HR 직무나 이슈에 대해 얼마나 진심으로 고민하고 공부했는지, 다른 팀원들의 업무를 얼마나 존중하고 돕고자 했는지에 따라 HR 담당자의 커리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임직원 수 52,000명의 글로벌 기업, BAT 인사총괄이 말하는 HR 담당자 커리어)
마치며
HR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돌아보니, 제가 직접 경험하고 고민한 것들만 고스란히 내 것이 되어 남아 있더라고요. 주니어 시절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만큼 매 순간 노력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경쟁력 없는, 소위 말하는 ‘물경력’이 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1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경쟁력 있는 HR 담당자로서의 커리어를 어떻게 개발해 나가면 좋을지 'HR 담당자의 자기 계발'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HR 담당자가 빛나게 일하기 바라며, 첫 번째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