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들의 비결, 의식적인 휴식의 힘 2편(최종)

👋 지난 편에서는 최근 이슈인 주4일제 근무제와 더불어 ‘의식적인 휴식’이 성과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한국, 일본 기업들의 근무제와 관련해서 ‘의식적 휴식’의 도입과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나온 Q&A 를 통해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Q4. 최근 아시아권(한국, 일본) 기업들이 새로운 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휴식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주 4일제 혹은 일 6시간 근무로의 전환이고, 그런 시도를 하는 기업 중 매출액이나 직원 수 기준으로 가장 큰 곳들이 한국과 일본에 있습니다. 일본의 대형 도시락 업체 중에는 여름 동안 주 4일제를 도입한 곳이 있고, 이커머스 업체 조조타운(Zozotown)은 일 6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는데요.

 한국에서도 주 4.5일제를 도입한 곳들이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화장품 업체 에네스티, 그리고 몇몇 출판사와 테크 스타트업들입니다. 그런데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영국이든, 덴마크든 이런 시도를 하는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직원들의 일과 삶 균형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개선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생산성이나 수익성에는 손실이 없고, 좀 더 적게 일하면서도 더 생산적으로 일하게 됩니다.

 또한, 직원 간 협업 능력도 좋아집니다. 4일만 일하고도 5일 일한 것 이상의 효과를 내게 하려면 직원들 간에 더 많은 협업과 협력이 있어야 하는데요.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내 눈과 내 두뇌 사이에서 벌어지는게 아니라, 나와 누군가의 사이에서 벌어지게 됩니다. 즉,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둘 다 빨리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인정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조사해보니 세계 어디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주 4일제와 같은 근무 일수를 줄이는 것은, 인간이 좀 더 효율적임과 동시에 인간적이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의 미래를 그려갈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Q5. 서구 기업들이 ‘일-삶의 균형’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이런 시도를 많이 한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역설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현재 너무 길게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조직 차원에서 해결해보려는 노력들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북유럽이나 네덜란드처럼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주 40시간 이내로 일하는 곳에서는 기업 차원에서 그런 노력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회사는 직원의 체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누가 4일 안에 일을 끝낼 수 있는가로 평가하기 때문이죠.

 더 오래 일하도록 경쟁시키는 게 아니라 같은 일을 더 빨리 끝내도록 경쟁을 시킵니다. 내가 주 4일 근무에 대해 얘기하면 ‘금요일부터 쉬니까 주말이 3일이 되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 4일제를 효율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그것이 아닙니다. 금요일부터 쉬자는 ‘쉰다’의 개념이 아니라, 목요일까지 일을 끝내야 한다는 ‘성과’에 대한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일을 적게 하자는 게 아니라 더 집중해서 빨리, 잘하자는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진짜로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말로는 주 4일 근무를 한다면서 하루 12시간씩 일하게 하는 건 아닌지 말이죠.

Q6. 한국에서 주4일, 혹은 4.5일 근무제가 도입된 회사들은 대체로 규모가 작은데요. 대기업에서는 이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은데, 보시기에 어떨 것 같은가요?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생각보다 잘 적응합니다. 중국은 이미 주 5일제를 도입했고 한국은 약 15년 전에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이 1965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사실 기업들은 이전부터 근무시간을 계속 줄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근무, 탄력 근무제 등이 활성화되고 파트타임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근무제도는 100% 만족스러운 솔루션은 아닙니다.

 탄력근무제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결국 그 제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주며 끝나게 됩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플렉시즘(flexism, 근무시간이 유연한 사람에 대한 차별과 견제)이란 말이 섹시즘(sexism, 성차별)이란 말처럼 흔하게 쓰이는데요. 예를 들어,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상사에게 당신이 탄력근무를 하겠다고 말해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 상사는 당신 업무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요한 프로젝트는 당신에게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좋은 제도를 가진 조직이라도, 사람과 문화적인 변화가 없다면 어떠한 근무제도라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구성원 개개인의 커리어를 막다른 골목으로 인도하게 만들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모두에게 시간을 돌려줌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어린아이가 있든, 싱글이든, 모두가 4일 근무를 하면 누구도 차별 받지 않도록 노력하죠. 특히 이런 회사가 능력 있는 여성 직원을 영입해서 성과 창출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탄력근무제에는 또 다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개인에게 맡긴 스케줄링으로 인해, 업무의 비효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직원들은 내가 언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자발적으로 정해야 하는데, 그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누가 언제 자리에 없을지 일일이 파악해서 미팅 시간을 정해야 하는 등의 추가적인 일들도 발생하기도 하죠. 때론 잠재적 악용자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으로는 다 같이 동일하게 근무시간을 줄여버리는 것입니다. 모두가 동일한 시간에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악용할 일도 없고 공통의 스케줄링이 가능하죠. 그러므로 대기업일 수록 탄력 근무제보다는 주 4일제나 일 6시간 근무제가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 오늘은 한국, 일본 기업들의 근무제와 관련해서 ‘의식적 휴식’의 도입과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 드렸는데요. 결국 중요한 것은 성과달성을 위한 효율성 · 생산성을 위해서 구성원들의 의식적인 휴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업들은 제도 뿐 아니라 문화 전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단순히 제도를 만든다는 것이 아닌, '문화'의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