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에서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지원자를 걸러내야 할지 궁금하신 분
인재 선발 과정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 내는 것(SELECT-IN)과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지원자를 걸러 내는 것(SCREEN-OUT)인데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후자를 집중적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직장 내 문제 행동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을지,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 궁금하시다면,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 보세요.
최근 뉴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횡령과 관련된 기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금액도 방식도 상상을 초월하고, 민간기업부터 공공기관, 금융권까지 기업 규모와 산업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어 바야흐로 ‘대횡령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물론, 횡령과 같은 이슈에는 한탕주의가 팽배한 사회적 분위기나 약한 처벌과 같은 제도의 미비 문제가 얽혀 있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회사의 돈을 빼돌리고 범죄를 일으키는 건 아니죠. 개인의 일탈의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어요. 채용담당자의 관점에서 이런 뉴스를 본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일탈행동을 할 사람들을 미리 알아보고 걸러낼 수는 없었을까 하는 고민이 먼저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실제로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만큼(성과를 잘 내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인사 담당자라면 꼭 알아야될 '일 잘하는 사람'이 가진 특징들'을 먼저 확인해 주세요), 문제를 일으킬 만한 사람을 사전에 잘 걸러내는 것도 채용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데요. 이런 사람 어떻게 해야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영화 관상에서처럼 반역자의 상을 알 수 있는 비법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관상을 보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조직 내에서 문제 행동을 정의하고 이를 예측하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심리학자인데요. 산업 및 조직심리학에서는 횡령처럼 개인과 조직의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행동으로 조직과 구성원에게 해로운 효과를 주는 의도적인 행동들을 ‘반생산적 업무 행동 (Counterproductive work behavior)’이라고 정의하고 (Neuman & Baron, 2005), 이를 예측하는 요인들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반생산적 업무 행동에는 이렇게 규모가 큰 횡령뿐만이 아니라 지각, 결근, 근무태만,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무례한 행동, 루머 퍼트리기, 빈정대기 등 다양한 행동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Berry, Ones, & Sackett, 2007; Sypniewska, 2020).
많은 조직심리학 연구자들이 반생산적 업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들을 열심히 연구한 결과는 이렇게 문제를 일으킬만한 “성격 특성”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그 대표적인 예가 어두운 성격의 3요소(Dark Triad)라고 불리는 자기애(Narcissism),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그리고 사이코패스적 성향(psychopathy)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아도취적이고, 타인을 조종하는 데에 능하며,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직장 내에서 지위와 권력을 활용하여 갑질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Babiak, 1995). 세 가지 특성 중에서도 특히 자기애적 성향이 직장에서의 반생산적 업무 행동을 가장 잘 예측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어요 (O’Boyle et al., 2012).
어두운 성격 요인과 반대로 ‘정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적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정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일반적으로 책임감 있고, 일관적이고, 일을 야무지게 해서 믿을 만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권은아 & 이종구, 2020). 이러한 특성은 주로 HEXACO의 정직-겸손성을 측정하기 위한 진실성, 도덕성 척도를 사용해서 측정하거나, 반대로 거짓말 척도, 비윤리성 척도 등을 활용해서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태도가 어떤지를 물어보는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검사를 모두 통틀어서 정직성 검사(integrity test)라고 불러요.
성격의 어두운 측면이든 정직성이든 주로 간단한 ‘자기 보고 방식 검사’를 활용해서 개인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 점수로 반생산적 행동을 예측하려는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정직성 검사나 성격의 어두운 측면 검사를 사용하면 정말 효과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을 걸러낼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채용 상황에서는 말이죠.
첫 번째 문제는 대부분의 검사가 대놓고 지원자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는 자기 보고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상해 보세요. 채용 시험장에 들어와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복수할 적절한 시기를 모색하기 위해 기다리는 편이다.’라는 문항에 ‘그런 편이다.’라고 응답하는 구직자의 모습을…
채용 상황에서 지원자들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서 실제보다 과장된 응답을 할 가능성이 높아요(James & Mazerolle, 2002) (지원자의 거짓말이 궁금하다면, '지원자의 거짓말에 속고 있나요? 거짓말 방지 노하우 공개 (1)'를 확인해 보세요). 특히, 정직성 검사나, 성격의 어두운 측면 검사처럼 검사의 목적이 뚜렷하게 보인다면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응답하기 더 어려울 거예요.
두 번째 문제는 자기 보고식 성격 검사가 실제 성과나 반생산적 행동을 정말 효과적으로 예측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거예요. 사실 Sackett과 Schmitt가 2012년에 진행한 정직성 검사의 예측력에 대한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실제 측정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직성 검사의 예측 타당도는 0.21~0.55 정도로 단독으로 사용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이거나 높은 효용이 있는 수준인데요. 어떤 검사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효과 차이가 큰 편에 속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채용의 목표가 단순히 반생산적인 사람을 걸러내는 것만이 아니라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을 뽑는 데에 있는 만큼 정직성 검사만 단독으로 사용해서 사람을 뽑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실제로 반생산적 업무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시중의 검사들을 살펴보면 250문항 ~ 400 문항 정도로 많은 문항을 할애하여 응답하도록 하고 있어요. 다른 선발 방법에 추가적으로, 이 비용과 이 시간을 들여서 얻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어서(Scakett & Schmitt, 2012), “지금 당장 선발에 이 검사를 도입해야 합니다!”라고 추천하기는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수는 없겠죠? 최근 어두운 성격 요인이나 정직성 검사와 같은 자기 보고식 검사에서 응답 왜곡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어요.
먼저 응답하는 사람이 질문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응답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활용할 수 있어요. 이러한 방식을 암묵적인 (implicit) 측정 방식이라고 합니다 (Bing, LeBreton, Davison, Migetz, & James, 2007; Lang, Zettler, Ewen & Hülsheger, 2012).
암묵적인 측정 방식의 한 예로 조건 추론 검사 (Conditional Reasoning Test; CRT) 방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드릴게요. 조건 추론 검사는 일반 추론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고안된 검사 방식인데요. 제시된 지시문을 읽고 가장 논리적인 결론을 고르는 방식의 검사예요. 이 방식을 사람들이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부정적인 특성을 측정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묵적인 동기에 따라서 행동하고 그 행동의 결과를 합리화하고 싶어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정당화 기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동일한 상황에서 발생한 동일한 행동을 보여주고 이를 어떻게 정당화하는 논리의 차이를 보게 되면, 사람의 암묵적인 동기, 성향을 알 수 있다는 거예요! (James, 1998)
응답자들에게 공격 행동 등 쉽게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특성이 반영된 지문을 제시하고, 내용에 따라 ‘가장 논리적인 결론’을 고르도록 안내합니다. 위의 예시에서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가장 큰 문제점” 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을 때, 2번 선택지를 고른다면, 우호적인 수단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는 친사회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4번 선택지를 고른다면, 암묵적으로 다른 사람을 보복하거나 공격하고자 하는 적대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실제로 해당 문항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반영하는 선택지를 더 많이 선택하는 사람일수록 결근 횟수가 많거나 조기 이직하는 경향을 나타냈고, 실제 직장에서 일탈 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적용하기 조금 더 간단한 방식인데요. 바로 강제로라도 선택지를 선택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선택지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게 하거나, 선택지 중 자신과 가장 가깝거나 먼 하나를 고르게 하는 방식이 모두 강제 선택 방식에 속합니다.
예) 다음 중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선택지를 골라주세요!
게으르다 | 폭력적이다 | 우울하다
강제 선택 방식을 사용하면, 사회적 바람직성 수준이 비슷한 선택지를 주고 해당 선택지 안에서 응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응답 왜곡이 어려워 집니다(자기 보고식 검사에서 거짓말을 방지하는 방식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거짓된 지원자vs진실된 지원자, 구분하는 방법 3가지'를 확인해 보세요).
실제 강제 선택 방식을 어두운 성격 요인 검사에 적용한 연구에 의하면, 특히 선발 장면에서는 일반적인 자기 보고식 검사에 비해서 강제 선택 방식을 활용할 때 어두운 성격 요인에서 응답 왜곡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김시나, 김명소, 한영석, 2014).
결론적으로, 직장 내 문제 행동! 사전에 예측이 가능합니다. 조직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직장 내 문제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부정적, 긍정적 성격 요인들이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 보고식 검사라는 간단한 방식을 활용해 더 정확하게 성격을 추론할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어요.
채용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만큼이나 문제를 일으킬만한 사람을 걸러내는 것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사용하는 선발 도구가 효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도구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더 좋은 채용을 하실 수 있길 바랄게요!
- 인재 선발 과정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지원자를 걸러내는 것 또한 중요해요!
- 문제를 일으키는 성격 특성, 'Dark tirad'가 있지만,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 암묵적 측정, 강제 선택 등으로 문제적 성격 특성을 예측 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a. Sackett, P. R., & Schmitt, N. (2012). On reconciling conflicting meta-analytic findings regarding integrity test validity.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7(3), 550–556. https://doi.org/10.1037/a0028167
b. Sackett, P. R., & Schmitt, N. (2012). On reconciling conflicting meta-analytic findings regarding integrity test validity.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7(3), 550–556. https://doi.org/10.1037/a0028167
c. 전소현, 장재윤, 이혜주 (2017) 공격성에 대한 조건추론검사(CRT-A)의 예측타당도 연구: 외현적 공격성과의 상호작용 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산업 및 조직, 30(4), 541-562.
d. 김시나, 김명소, & 한영석. (2014). 어두운 성격요인에 대한 응답왜곡 연구: 성별, 응답상황, 검사형식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여성,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