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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정말 성과에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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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정말 성과에 도움이 될까요?

2025.09.09

2000년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라는 평가보상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상대평가를 통해 모든 구성원의 순위를 매겨 상위 그룹에는 보너스와 승진을, 하위 그룹에는 퇴출을 권고하거나 개선 계획을 요구하는 제도였습니다. 의도는 확실했습니다. 경쟁을 촉진해 생산성과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죠.

 

처음 몇 년간은 성과가 좋아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른 것은 수치뿐이었습니다. 조직 내부에서는 다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구성원들은 더 이상 아이디어 혁신이나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상급자의 눈에 띄기 위한 성과를 만들어내거나, 동료를 견제하는 정치적 게임에 에너지를 쏟기 시작했습니다. 동료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를 의미하는 구조에서 협력과 지식 공유는 오히려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졌지요. 한 전직 임원은 “우리는 서로 경쟁하느라 구글과 애플과의 진짜 경쟁을 놓쳤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약 10년 만에 스택 랭킹은 폐지되었습니다. 스택 랭킹을 도입한 기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반적인 역량과 경쟁력이 크게 낮아져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단기 실적 향상이라는 표면적 성과의 그늘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문화는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보상과 순위 경쟁이 일시적인 동기를 자극할 수는 있었지만, 구성원들의 몰입과 창의성을 갉아먹은 것입니다. 

 

스택 랭킹의 사례가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성과를 평가하여 줄을 세우고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 정말 성과를 높일 수 있는가?”

 

▶️ 성과에서 이어지는 보상의 함정

 

스택 랭킹과 마찬가지로, 많은 조직에서 성과 평가와 연결된 보상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상제도는 구성원별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얼마나 달성했는지 평가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의 이유에는, 아마 “성과가 우수한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을 동등하게 대우할 경우 형평성이 훼손되며, 고성과자들의 불만과 이탈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성과가 오르고, 성과가 오르면 보상도 커진다”라는 논리는 제법 합리적이고 공정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성과연계 보상제도에는 모순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개인 성과를 인정하고 보상하려는 시스템이 오히려 조직 전체의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구조가 그 모순이지요. 성과연계 보상제도는 개인의 기여를 인정한다는 명분 아래 구성원의 행동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곤 합니다. 협력보다 경쟁을, 장기적 가치 창출보다 단기적 목표 달성을, 창의적 도전보다 안전한 선택을 선호하도록 유도합니다. 

 

보상의 역기능은 더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성과와 보상이 직접 연결되면, 구성원은 그 기준이 되는 지표와 수치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행동에 모든 관심을 쏟아붓지요. 지표 자체가 ‘게임 규칙’처럼 여겨지고, 일부 구성원은 이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치를 조정하거나 불리한 정보를 은폐하는 등 비윤리적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동기이론가이자 컨설턴트인 폴 마르시아노는 한 기업의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무재해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3개월 연속 무재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마주했습니다. 그러나 곧 그 이면이 드러났습니다. 관리자와 직원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사고를 은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안전사고 감소라는 목표를 위해 시행된 보상제도가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잘못 설계된 보상제도는 이처럼 비윤리적 행동을 유도할 뿐 아니라 위험 신호를 제때 드러나지 못하게 해 조직의 위기 대응 능력을 약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함정들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성과와 보상의 수준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보상제도의 경우, 그 한계가 더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성과급입니다.

 

 

▶️ 외재적 보상으로서 성과급의 세 가지 한계

 

보상 제도 중 가장 널리 사용되며 동시에 가장 논란이 많은 방식이 ‘성과급’ 제도입니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개인이 이룬 성과를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금전으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가장 직접적인 형태의 외재적 보상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성과급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돈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수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칭찬이나 인정은 주관적이고 측정이 어렵지만, 돈은 정확한 수치로 성과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어 제법 객관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조직이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성과급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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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은 구성원의 동기를 자극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금전적 보상이 지니는 부작용과 외재적 보상의 구조적 한계를 함께 안고 있습니다.

 

첫째, 더 크고 지속적인 성과를 끌어내기 어렵습니다.지표화된 보상이 가장 강력한 동기인 사람은 보상을 얻는 데 필요한 수준까지만 노력하고, 그 이상은 추구하지 않게 됩니다. 70점만 넘으면 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굳이 90점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것과 같지요. 금전적 보상의 ‘한계효용체감(같은 보상을 반복해서 받을수록 만족감이 줄어드는 현상)’과 외재적 보상의 ‘조건부 동기(주어진 조건에서만 동기가 발생하는 현상)’가 동시에 작용한 경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뇌의 보상 적응까지 더해지면, 처음엔 자극을 주던 보상도 곧 당연해지고 이전보다 더 큰 보상 없이는 동기가 촉발되지 않게 됩니다. 결국 같은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더 강력한 보상을 반복 제공해야 하는 지속불가능한 구조에 갇히게 됩니다.

 

둘째, 팀 워크를 무너뜨려 협력을 약화합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성과급 예산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이 더 많이 받으면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 만들어집니다. 금전은 액수라는 명확한 수치를 통해 직접 타인과 비교를 가능하게 하고, 이는 서열과 경쟁 구도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 동료는 파트너가 아닌 경쟁 상대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누군가의 성과가 곧 ‘나’의 기회 감소로 여겨지기 시작하면, 협력은 저해되고 조직 시너지가 위협받게 됩니다.

 

셋째, 창의적인 도전을 주저하게 합니다. 사실 이는 성과 평가에 연계된 대부분의 외재적 보상이 지닌 구조적 한계이기도 합니다. 사전에 설정된 목표만 달성하면 안전하게 보상을 얻을 수 있으니 굳이 힘을 들여 새로운 과제에 맞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평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사람도 ‘위험 없는 성과’에 머무르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려는 열의가 줄어듭니다. 결국 조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창의성과 혁신 역량이 성과급이라는 제도에 의해 위축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됩니다.

 

 

▶️ 성과급의 한계를 극복하는 세 가지 문화

 

성과급은 단기적으로는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 수 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고 혜택도 일부 인원에 집중됩니다. 그 한계를 알면서도 여전히 많은 조직이 성과급에 의존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설계와 측정이 간단하고, 즉각적인 수치를 만들어 성과처럼 보여주기 쉽기 때문입니다.

 
성과급의 한계를 경험한 많은 경험자들이 "성과급 제도를 더 정교하게 다듬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성과급이라는 방식 자체가 가진 외재적 보상의 본질적 특성에 있습니다. 아무리 설계를 개선해도 '개인 성과를 금전으로 보상한다'라는 기본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앞서 살펴본 한계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외재적 보상이 아닌, 구성원의 내재적 동기를 촉발하는 힘입니다.

 

조직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문화입니다. 조직문화는 내재적 동기를 촉발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구성원이 동료와 협력하고, 잘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며,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의미를 발견하게 해 내재적 동기를 촉발하는 힘이 바로 조직 문화입니다.

 

따라서 HR의 핵심 질문은 “성과급을 얼마나 줄 것인가?”가 아니라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여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조직문화가 나아가야 할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합니다.

 

먼저, 내재적 동기 중심의 보상 문화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성과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이 아닌 구성원 내면의 동기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보상 문화는 이러한 내재적 동기를 촉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때 설계의 핵심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율성’, 성장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는 ‘역할과 기회’, 그리고 조직의 목적과 비전에 부합하는 ‘개인 목표 설정’에 있습니다.

 

다음, 집단보상제도 등 협력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협력은 공통의 목표와 공동의 보상이 결합할 때 자연스레 생겨납니다. 팀이나 조직 단위의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을 설계하면, 구성원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성과를 함께 만드는 동료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를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공동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배분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 대신 각자의 성장 경로를 중시하는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신뢰 기반의 성장 중심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혁신과 창의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 위에서 피어납니다. 실패가 좌절이 아닌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여지면, 구성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됩니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의 성장과 도전을 인정하는 문화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을 ‘평가의 대상’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성과급 제도가 눈앞의 지표를 끌어올리는 ‘가속페달’이라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성장 문화는 그 페달을 오래 밟을 수 있는 ‘엔진’을 만드는 일입니다. 페달만 밟아서는 금방 연료가 소진되지만, 엔진을 단단히 설계하면 어떤 길에서도 꾸준히 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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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질은 꽃피울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

 

사람은 자연의 결대로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다시 말해, 각자의 고유한 잠재력과 특성에 맞는 환경이 주어질 때 스스로 최선의 모습으로 성장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스스로 더 나아지고자 하는 동기와 욕망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외부의 요구나 보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입니다.

 

HR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결대로 가장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땀 흘리는 농부처럼, 좋은 씨앗을 고르고 그 씨앗이 결대로 뿌리내려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토양을 비옥하게 일구어 정성을 다해 가꾸어야 합니다.

 

단순히 보상체계를 손보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토양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구성원의 내재적 동기와 자발적 몰입을 이끌어내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근본적 해결책입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것이 지속가능한 성과의 초석이 됩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 그리고 그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이것이 HR의 가장 본질적인 책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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