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잡을 것 없는 이력서와 면접장에서의 인상적인 답변을 보며 “좋은 사람을 뽑았다”는 확신을 가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의문이 따라옵니다.
“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까?”
많은 HR 담당자와 경영자가 같은 경험을 반복합니다. 채용 과정에서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기대와 달랐던 경우가 제법 많았을 것입니다. 반대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예상외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적도 있었을 테고요.
우수한 인재를 찾는 것은 모든 HR 조직과 경영자들의 최우선 과제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매년 상당한 예산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원하는 결과는 쉽게 따라오지 않지요. 채용 공고를 내도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힘들게 선발한 사람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괜찮은 사람을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나버리기도 하죠.
왜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흔히 HR 부서에서는 “지원자 풀이 부족하다”거나 “시장에 적당한 인재가 없다”며 외부 환경 탓을 하곤 합니다. 아니면 “면접을 제대로 못 봤다”거나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채용 과정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지요.
물론 채용의 절차와 도구를 정교하게 다듬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진단일 뿐 문제의 뿌리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채용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있습니다. 인재를 바라보는 관점과 선발 기준 자체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계속 존재할 것이고 채용 실패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 '빈자리 채우기'의 함정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일의 성패가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그 인사의 출발점은 바로 ‘채용’입니다. 기업의 성과도 미래도 결국 채용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기업에서 채용은 그저 ‘빈자리 채우기’에 머물렀습니다. 업무량이 늘어나면 사람을 더 뽑고, 누군가 그만두면 그 자리를 빨리 메꾸는 것이 채용에 대한 전통적 인식이었지요. 빨리 충원하려는 시도, 즉 효율성을 강조한 채용 절차는 ‘스펙 중심 채용’에 의존하게 했습니다.
학벌, 자격증, 경력 등 눈에 잘 띄고 비교하기 쉬운 숫자와 서류 몇 장으로 쉽게 합격자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빠르게 서열을 매기고 면접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더 좋은 학력, 더 높은 어학 성적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제법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치명적 함정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스펙을 보느라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면밀히 검증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채용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정말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기업에 필요한 ‘올바른 인재’를 선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인재란 무엇일까요? 바로 탁월한 성과를 잘 내는 인재, 즉 ‘일 잘하는 사람’입니다. 기업은 성과를 창출해야 존재할 수 있고, 그 성과의 양과 질은 결국 인재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인재는 성과를 어떻게 만들까요? 1970년대 초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 데이비드 맥클랜드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던 것처럼 성과를 만드는 핵심 변인은 ‘역량’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지능검사와 학업 관련 적성검사는 업무의 성과와 인생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일과 삶에서 성과와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핵심 변인은 역량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결국 올바른 인재의 기준도, 성공적인 채용의 핵심도 ‘역량’에 있습니다.
실제로 잠재역량 수준이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환경을 만나지 않는 한 고성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잠재역량 수준이 낮은 사람은 긍정적인 환경에 놓이더라도 성과가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성장의 가능성이 외부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 있음을 뜻합니다.
채용은 ‘얼마나 빨리 사람을 채우는가’가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얼마나 제대로 보는가’의 문제입니다. 반복되는 채용의 실패를 극복하려면 효율과 속도에 치우쳤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채용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채용의 첫 번째 본질, 정체성 정립
채용은 기업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사람으로 답하는 과정입니다.
기업이 어떤 사람을 선발하느냐는 그 자체로 기업의 철학과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구글이 실험정신과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를 중시하고, 애플이 디테일과 사용자경험을 집요하게 완성해 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 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우리가 누구를 선발하는가”는 “우리가 어떤 기업이 되려 하는가”와 직결됩니다.
한 사람의 합류는 조직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이전과 다른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태도와 가치관은 조직의 의사결정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이런 변화가 축적되어 기업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오늘 선발한 한 사람이 기업이 가야 할 내일의 길을 결정짓는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채용은 기업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시장과 사회에 자리 잡겠다고 선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마이다스그룹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람중심 경영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마이다스는 채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사람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두고 있습니다. 채용은 당장의 일손을 채워 넣는 일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마이다스는 ‘임금을 주고 노동력을 사용하는 고용’의 관점이 아닌 ‘잠재역량이 높고 조직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초빙하는 일’의 관점으로 채용을 바라봅니다. 여기에는 “역량 있는 인재가 기업과 함께 성장하도록 돕고, 그 성장이 곧 사회의 번영으로 이어지게 하는 기업”이라는 마이다스의 지향과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 채용의 두 번째 본질, 가능성 읽기
인재의 진정한 가치는 가능성에 있습니다. 채용은 그 가능성을 읽어 앞으로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고 성장할지를 예측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곧 긍정성, 적극성, 전략성, 성실성이라는 성과역량에 있습니다. 우리가 주어진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해서 조직과 사회에 필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힘이 바로 이 성과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이 성과역량이라는 가능성은 학벌, 어학 점수, 경력과 같은 스펙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스펙은 후보자를 빠르게 비교하기에는 편리한 지표지만, 그 사람이 품고 있는 내면의 가능성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한 사람이 가진 가능성은 숫자와 자격으로 환산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내면의 가능성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을 보려고 할 때 조직은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맞지 않는 사람을 뽑는 위험을 안게 됩니다.
채용은 ‘누가 더 뛰어난가’를 비교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가진 잠재역량이 앞으로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능성이 조직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인재 선발을 위해서는 이 역량을 읽어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잠재역량은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이 축적되어 뇌의 신경적 패턴으로 형성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읽어내려면 과학의 렌즈가 필요합니다. AI역량검사(역검)는 “인재의 잠재적 가능성인 역량을 어떻게 확인하고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솔루션입니다. 역검은 단순한 채용 도구가 아니라 인재의 가능성을 정확히 포착하여 기업의 미래 설계를 지원하는 과학적 파트너인 셈입니다.
▶️ 채용의 세 번째 본질, 관계의 시작
채용은 누군가의 인생을 만나는 일입니다. 한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과 조직의 길을 잇는 일이며, 곧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입니다.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와 조직이 함께 성과를 향해 걸어갈 긴 여정의 첫걸음입니다. 그렇기에 채용은 기업이 사람을 소모하는 관계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서로를 성장시키는 동반자의 관계를 설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는 일입니다.
조직과 개인이 성과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길을 맞추어 가는 동상동몽(同像同夢)은 채용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사람과 함께 꿈을 꾸고 길을 걸을 것인가에 따라 관계의 질이 달라지고, 그 관계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좌우합니다. 채용에서의 선택은 단순히 한 사람을 들이는 결정을 넘어 조직 안에서 어떤 관계망이 형성될지를 정하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이 관계가 모여 조직의 성과와 몰입을 만들어갑니다.
채용 과정을 “누가 당장 일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단기적 판단으로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한 물음은 “이 사람과 우리 조직이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입니다. 왜냐하면 조직의 성과와 지속가능성은 개인의 능력보다 조직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신뢰, 몰입, 협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채용은 단순한 선발이 아니라 개인과 조직이 함께 걸어갈 길을 결정하는 선택입니다.
▶️ 결국, 채용은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사람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일은 단순히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기업이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 없이는 기업도 존재할 수 없고, 새로운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조직은 성장을 멈춘 조직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인재가 합류해야 하며, 그들이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사람이 커야 기업도 커집니다.
그런데 채용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몇 명을 선발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두는 것입니다. 정원이라는 숫자에 얽매이는 순간 진정한 인재를 놓칠 위험이 커집니다. 반대로 조건에 맞는 사람이 없는데도 정원을 채우려고 억지로 선발한다면, 조직에 독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빈자리를 채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채용은 정원의 숫자가 아닌 본질적 목적에 집중해야 합니다. 조직의 가치와 방향에 부합하는 ‘올바른 인재’라면 몇 명이든 채용해야 하고, 반대로 그러한 인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급하더라도 기다려야 합니다.
좋은 열매는 좋은 씨앗에서 비롯됩니다. 부실한 씨앗으로는 싹도, 뿌리도, 열매도 제대로 맺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명한 농부는 밭을 일구기 전에 먼저 좋은 씨앗을 고릅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도 올바른 사람을 선발해 올바르게 배치하는 것이 조직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Right people on the bus)’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누구(who)와 함께할지를 먼저 정한 다음 무엇(what)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사람을 뽑는 ‘채용’과 그 사람의 역량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는 ‘적재적소’가 경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