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팀장'이 갖춰야 할 리더십의 모든 것
✍️ 작가의 한마디
위에서, 아래에서, 옆에서 치이는 팀장이란 자리. 분명 외롭고 힘든 자리이지만,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번 리더십 3부작에서는 현업 팀장님들과 곧 팀장이 되실 핵심인재가 갖춰야 할 리더십과 육성에 대해 대기업 HR 팀장인 작가가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리더십 이론과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어느 하나를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 스타일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X세대의 끝자락에 태어난 필자는 소위 말하는 낀 세대입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상명하복식 군대문화, 매일 반복되는 야근 문화, 술 중심의 회식문화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의문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만난 많은 선배 리더 중에는 ‘나도 나중에 리더가 되면 저렇게 해야지’라고 본받은 분들도 있지만,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라고 반면교사로 삼은 분들도 있습니다.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한 명의 팀장으로서 여기저기서 듣고, 배우고, 경험하여 직접 실천하고 있는 팀장 리더십을 공유합니다. 물론 정답은 아닙니다.
1. 적극적 소통
우선 아무리 바빠도 팀원들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들려도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게 바로 경청인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은 격주 단위로 팀 회의와 1 on 1 미팅을 번갈아 진행합니다. 팀 회의에서는 팀장이 일방적으로 떠들기보다는,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본인의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합니다. 1 on 1 미팅은 초반에는 어색해하는 팀원도 있었지만, 이제는 30분의 시간 동안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팀장에게 잘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1 on 1 미팅은 필요할 때만 이벤트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적극적 소통의 또 한 가지 키포인트는 적극적 공유입니다. 팀장과 팀원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팀장에게 집중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여 팀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죠. 이를 통해, 팀원이 팀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나아가 회사의 전체 프로세스에서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솔선수범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해서 몸소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됨'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지만, 제가 들은 솔선수범의 가장 좋은 정의는 바로 이것입니다. ‘좋은 건 구성원부터, 나쁜 건 리더부터.’ 구성원이었던 시절 고생했던 시간에 대해 마침내 리더가 돼서 돌려받으려는 일종의 보상 심리 때문일까요? 솔선수범 역시 말처럼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회사 생활 동안 다들 한 번쯤은 다녀오는 해외 출장이나 컨퍼런스 참석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올해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HRD 최대 컨퍼런스인 ATD에 참석할 기회가 생겼지만, 저보다 더 고생하는 팀원에게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잘 다녀온 팀원으로부터 *디브리핑 받은 것으로 만족합니다.
*디브리핑(debriefing): 특정 이벤트 또는 프로젝트가 끝난 후, 과정과 결과를 분석하고 느낀 점에 대해 공유하는 것.
팀원이 적고 다들 바쁘기 때문에 웬만한 업무는 팀원들에게 시키지 않고 팀장인 제가 직접 처리합니다. 실무형 리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간혹 저를 실무자로 오해하고 잘못 보낸 메일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만, 기분이 나빴던 적은 없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뒤에서 관리 감독만 하는 팀장은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매년 80개국, 1만명 이상의 HR담당자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HRD 컨퍼런스 ATD)
3. 권한위임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그룹에는 VWBE라는 말이 있습니다. Voluntarily Willingly Brain Engagement의 약어로, ‘구성원은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할 때 자발적 의욕적 두뇌 활용(VWBE)을 하게 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간은 ‘누군가가 시켜서 할 때보다 자발적으로 할 때 행복하다’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저희 팀은 마이크로 매니징, 속칭 ‘빨간펜’을 지양합니다.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팀원이 제안한 아이디어와 방식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팀장은 '딴지 거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EO까지 올라가는 보고가 아니라면, 보고서는 1페이지로 작성합니다. 팀장 선에서 끝낼 수 있는 업무는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결정하고 피드백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보다도 '실력있는 팀장'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더 부지런해지고, 더 많이 공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4. 배려
비록 팀 내에서는 팀장과 팀원 관계이지만, 팀을 벗어나면 회사 내에서 선후배 또는 동료 관계일 수도 있고, 또 회사를 벗어나면 다들 한 집안의 든든한 가장이고 귀한 자녀입니다.
저희 팀에는 저보다 8살 많은 선배가 팀원입니다. 무려 15년 전부터 선후배로 지냈습니다. 공식적인 업무에서는 “팀장님”, “매니저님”이라고 호칭하며 존댓말을 하지만, 사석에서는 예전처럼 편하게 ‘형 동생’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만 셋인 팀원과 와이프가 곧 출산을 앞둔 팀원도 있는데, 저 또한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팀원들의 개인 사정을 이해하고 적극 배려합니다.
‘우리는 시간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휴가나 재택근무는 얼마든지 마음대로 사용해라’라는 우리 팀의 유일하고 심플한 그라운드룰이 있습니다. 다만, ‘다른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업무를 펑크내면 안 된다’는 당연하지만 무시무시한 제약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5. 내재적 동기
한때 저는 스스로를 생계형 가장이라고 농담으로 말하고, 경제적 보상을 비롯한 외재적 동기가 내재적 동기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회사 생활의 성취와 보람이 사라지고 번아웃이 오더군요. 세월이 흘러 외재적 동기라는 밑바탕 위에 재미/의미/성장이라는 내재적 동기가 있어야만 직장 생활이 행복해진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제가 회사에서 주로 맡고 있는 업무가 HRD라서 내재적 동기를 추구하기가 더 수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저희 팀원들이 하는 업무를 ‘재미가 있는지?’,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이 업무를 통해 팀원이 ‘성장할 수 있는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겠다는 마인드로 팀원들과 함께 외부 교육, 컨퍼런스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장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공부와 독서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마치며
좋은 이야기만 잔뜩 해서 마치 제가 완벽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팀장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 역시 많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을 겪었습니다. 팀원들 사이에 반목도 있었고, 제 딴에는 팀원들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했다고 생각했는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 연말 리더십 평가 리뷰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명확하게 의사결정 해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100명의 팀장이 있다면 100가지 모습의 리더십이 있듯이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고, 있다고 해도 계속 변하겠지만 현재 우리 팀의 업무와 우리 팀원들에게 잘 맞는 리더십은 분명히 있으니, 우리 팀에게 잘 맞는 리더십을 찾고, 배우고 실천하려는 팀장의 노력은 계속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팀장님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