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재 제도를 운영하며 알게된 모든 것
핵심인재의 핵심이라는 단어가 영어로는 Key입니다. 따라서 핵심인재란 회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규모와 업종에 따라 겪는 문제와 필요한 열쇠가 다 다를 텐데요. 오늘은 IT업계 대기업에서 핵심인재 제도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모두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목차
1️⃣ 핵심인재의 정의와 선발 과정
2️⃣ 핵심인재의 역할과 동기부여방법
3️⃣ 핵심인재 육성 과정 설계와 운영 노하우
작년에 핵심인재 관련 스터디에 멘토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핵심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하고, 유지하며 인사 전략을 수립하는지에 대한 공통 결론을 도출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업마다 핵심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선발하며 관리하는 지에 대한 방침이 다 달라서 발표의 마지막 장표는 만화 「도라에몽」에서 진구와 친구가 “답이 없네 답이 없어.”, “끝이 없네 끝이 없어.”라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핵심인재 육성, 답이 없네 답이 없어...
어떤 회사는 핵심 기술이나 역량을 보유한 직원의 유출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핵심인재를 선발하기도, 조직과 미래 사업을 이끌어갈 직원을 핵심인재로 선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선발된 핵심인재에 대한 동기부여 방법으로 연봉 인상, 인센티브, 스톡옵션이나 *RSU 같은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고, 체계적인 육성, 다양한 사내 경험, 자율적 업무 환경 등 비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마다 핵심인재 제도의 도입 목적과 선발 방식, 심지어 동기부여 방법까지 다 다른데요. 필자가 몸 담고있는 회사는 핵심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선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RSU(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
: 재직 기간, 성과 등 조건이 충족 되었을 때 자사주를 직원에게 무상 양도하는 인센티브 방식. 특정 시점에 약속한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스톡옵션과는 구분되는 개념. 최근 에코프로의 RSU가 화제.
1️⃣ 핵심인재의 정의와 선발 과정
작년까지는 핵심인재를 ‘미래 리더로 성장 가능한 집단’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연차가 낮은 주니어 구성원들도 선발했었는데요. 올해부터는 ‘즉시 보임 가능한 팀장 후보군으로, 역량과 성품을 두루 갖춘 집단’이라고 재정의했습니다. 한마디로 현 팀장급 리더들의 Successor 개념인 것입니다. 전체 팀 수의 40% 수준으로 선발하는데, 현실적인 팀장 보임 가능 규모를 고려하여 핵심인재를 정예화했기 때문입니다. 선발방법으로 각 조직의 인사위원회에서 특별 추천 받은 후보들을 HR에서 철저하게 검증한 후에 최종 선발하며, 선발 후에는 반기 단위 리뷰를 통해 Pool In/Out을 합니다.
2️⃣ 핵심인재의 역할과 동기부여방법
이렇게 선발된 핵심인재는 팀장의 Successor라는 역할 외에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성장 조직에 전략적으로 배치되는 등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합니다. 물론 무거운 책임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혜택과 동기부여 수단의 하나로 우선 대내·외에 핵심인재임을 드러나게 해줍니다. 아마 대부분의 국내 기업에선 핵심인재 제도를 비밀스럽게 운영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심지어 본인이 핵심인재인지 모르게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경험에서 비춰보면, 어차피 어떤 사람이 핵심인재로 선발됐는지 다른 구성원들도 소문으로 다 알게 되더군요^^; 따라서, 핵심인재로 선발되지 못한 구성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도록, 핵심인재로 선발된 구성원들에게는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전사 공지 사항과 사내 전화번호부에 핵심인재 선발자를 과감하게 오픈하여 선망의 대상으로서 프라이드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두 번째 혜택은 실효적인 육성 지원입니다. 모든 핵심인재에게 매달 20만 원의 리더십 개발 지원금을 지급합니다. 또한, 졸업 방식을 도입하여 선발 1~2년 차에는 회사 주도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고, 3년 차 이상은 자기주도 학습을 시행합니다. 육성 방법에 대해서는 이어서 더 자세히 소개드리겠습니다.
3️⃣ 핵심인재 육성 과정 설계와 운영 노하우
핵심인재 선발 연차에 따라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1년 차 대상으로 ILP(Ignite Leadership Program)라는 그룹 학습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과정을 운영합니다. 자신만의 리더십 정체성을 기반으로 예비 리더로서 역할 인식과 마음가짐을 강화하는 과정입니다. 프리 세션에서 CPI 리더십 성격 진단을 하고, 메인 세션에서는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리더로서의 역할 인식’과 ‘리더십 브랜드 구축 및 성장’ 관련 내용을 이틀간 교육합니다.
2년 차 대상으로는 L.E.A.D(Leader’s Essential for Biz. Acumen Development) 과정을 운영합니다. 직역하자면 리더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5주 동안 전략, 재무/회계, HR, 마케팅, SCM/IP 등 리더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Biz. Skill들을 학습하는 일종의 Mini MBA 과정입니다. 교육 방식으로는 온라인 학습을 기반으로 케이스 스터디와 그룹 토의를 병행하여 진행합니다.
11월에는 모든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Leader’s Way라는 1박2일 합숙 워크샵을 운영합니다. Way라는 단어가 가진 2가지 의미처럼(길/방법) 이 과정을 통해 리더가 되는 길과 방법 모두를 알려준다는 네이밍입니다. 11월에 진행하는 이유는 12월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리더 보임 즉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스킬과 마인드 셋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한마디로 보임 전 '최종 점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2년째 운영하는 회고 워크샵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 이런 교육을 운영했다는 사례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은데요. 그만큼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① 정해진 커리큘럼이 전혀 없고, 모든 과정을 참여자들이 기획하고 결정하고 참여합니다. ② 후속 과정으로 CEO 등 임원 앞에서 결과물을 발표하는 부담감이 없습니다. ③ 과정의 목표는 단 하나, ‘자신의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세요.’ 입니다.
작년에는 제주/여수/충주 인등산에서 9박 10일 과정으로 7차수를 진행했고, 올해는 부산 영도에서 4박 5일 과정으로 2차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부산시 워케이션과 제휴하여 진행함으로써 진행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작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저조차도 ‘과연 이런 교육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이 들었는데, "회사 생활 중 가장 유익한 교육이었다."라는 참여자들의 반응을 통해 현재는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한번 도입해 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부산시 워케이션과 제휴해 진행했던 올해의 워크숍 장소⚓🦭🐳)
✏️ 마무리하며
과거 모 기업의 회장님이 "천재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만큼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한 명의 핵심인재가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말씀하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핵심인재가 꼭 천재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도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핵심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바로 그중 하나입니다. 팀장이 되기 전,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일하던 실무자였던 저를 핵심인재로 선발해 주신 임원이 계십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핵심인재로 선발되어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해주신 짧은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를 핵심인재로 선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충분히 될 만하니까 시킨 거고, 이미 됐어야 하는데 좀 늦었네. 앞으로 열심히 하게.”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핵심인재가 되어,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타고 올라가 자신의 꿈과 열정, 잠재력을 터트리는 날이 오길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성장 디자이너인 제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래도, 답이 있네 답이 있어”, “결국에는, 끝이 있네 끝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