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에 시작된 코로나 19 대유행. 그로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실내에서도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이 해제되고 역사를 짚어보면 인류는 늘 전염병에 시달렸는데요.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퍼진 사례는 이번 팬데믹이 유일하다고 해요.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던 만큼, 3년 여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새로운 방식에 적응할 만하면 금세 다른 형태로 바뀌었어요. 모두가 이제 우리의 일은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 온라인 공간을 거점 삼아 이뤄질 것이라 예측했는데, 최근 Back to Office 열풍이 불고 있죠. 변화하는 오피스 트드, 한 번 살펴볼까요?
따로, 또 같이 일하는 오피스
얼마 전에 ‘퍼시스그룹’이 2022년 오피스 트렌드 리포트(최근 3년 누적 547개의 오피스 도면을 분석하고, 3,000명의 직장인 설문 조사, 국내/해외 오피스 관련 아티클 & 트렌드 자료 432건을 조사한 결과)를 발행했는요. 그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기업 중에 원격 근무제를 운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3.5%에 불과했다고 해요. 전년도인 2021년에 32.7% 응답자가 원격 근무제를 운영 중이라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수치입니다. 또 지난해엔 주5일 이상 오피스 출근을 하는 사람도 88.5%로 전년 대비 5.4%가 늘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건, 많은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 장소 1순위가 오피스라는 점이에요. 휴양지에서 노트북을 펼쳐 일하는 워케이션 라이프, 또는 인테리어가 멋있는 카페나 편안한 집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인식을 뒤집은 결과죠. 오피스 선호도를 세대 별로 구분해보면 X세대가 68.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는데요. 전기 밀레니얼 세대는 62.2%, 후기 밀레니얼 세대도 50.7%로 집이나 그 외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오피스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습니다. 다만 다른 세대에 비해 오피스 경험치가 비교적 낮은 Z세대의 경우엔 47.1% 응답률을 보였는데요. 근무 환경으로 집을 선호하는 응답이 45.6%, 그 외 환경에 대한 응답이 7.3%로 오피스보다 다른 환경에 대해 더 높은 선호도를 보였습니다.
▲ 하이브리드 워크 시대에 새로운 방식의 오피스를 시도하는 퍼시스
하지만 이 지표가 사람들이 고정된 공간, 프라이빗한 공간에서만 일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좌석 배치 방식을 살펴보면, 고정좌석제 82.3%, 좌율좌석제 17.6%로 자기만의 자리가 있는 방식을 분명히 선호하는 듯 보이는데요. 다른 데이터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고요. 고정좌석제를 시행하는 오피스 구성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05점을 보인 반면, 그렇지 않은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3.05점에 그쳤거든요. 퍼시스 연구원들은 이 두 데이터를 종합해 봤을 때, 많은 사람이 ‘내 공간’이 보장된 상태에서 ‘다른 공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오피스를 가장 이상적으로 본다고 판단했어요. 내 집이 있는 상태에서 가끔 카페를 찾는 것과 집이 없이 다른 공간을 떠돌아야 하는 차이와 같겠죠?
여기까지 데이터들을 살펴봤을 때, 많은 직장인이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이 보장되면서도 타인과 함께 업무 분위기를 공유하는 공간을 원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많은 코 워킹 스페이스가 생겨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코 워킹 스페이스
코 워킹 스페이스의 핵심은 네트워크와 커뮤니티에 있습니다.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한 커뮤니티의 멤버로 불리는데요. 코 워킹 스페이스에서는 업무에 필요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하고,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나누는 모임이 열리기도 해요. 또 멤버들끼리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코 워킹 스페이스는 그저 공간을 나눠 쓰는 공용 임대 사무실과는 개념이 달라요.
로컬스티치는 아예 ‘크리에이터의 Work & Life 커뮤니티’라는 슬로건을 두고 있어요. 코리빙과 코워킹 스페이스를 모두 운영하며 서울 외에 세종, 통영, 대전에도 지점이 있죠. 특히 로컬스티치는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이 있기에 각 지점 별로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와 구성이 모두 달라요. 어떤 지점은 코리빙에 더 강점을 두는가 하면, 어떤 지점은 코워킹에만 집중하고 있기도 하죠. 이 모든 지점을 월 12만 원만 내면 이용 가능하니, 업무 환경에 변동성이 큰 크리에이터나 프리랜서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물론 팀 단위로 고정 좌석이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무실 임대도 하고 있지만요.
제대로 일하기 위해 서울을 벗어나는 사람들
한편 서울을 벗어나 아예 머무는 도시 자체를 바꾸는 이들도 있습니다. 강릉에 있는 파도살롱과 제주에 문을 연 오-피스 제주가 그렇습니다. 모든 시설이 그렇지만, 코 워킹 스페이스도 상당 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인데요. 두 코 워킹 스페이스의 운영자들은 강릉과 제주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며 동시에 그곳을 터전 삼아 일을 합니다. 이들은 서울에서 일하며 번아웃을 겪어 봤거든요. 자신의 삶과 일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찾은 도시가 각각 강릉과 제주였어요.
▲ 제주를 여행하는 뉴워커를 위한, 오-피스
물론 두 공간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오-피스 제주의 경우엔 숙소를 함께 운영하거든요. 그래서 가족 단위로 여행을 왔다가 잠시 시간을 내 일하는 아빠나 엄마들이 보인다고 해요. 또 최근엔 B2B로 협력을 맺어, 기업 거점 오피스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파도살롱은 강릉이라는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강릉에 살지 않는 분들, 강릉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낯선 도시 생활의 매력을 알려주는 것이죠. 일과 삶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갈수록 개인의 독립성이 강조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같아요. 함께 하면서도 개별성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오피스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