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돌 보면, 분명 크고 작은 성취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목표한 바에 다다르지 못했더라도 배운 게 있었죠. 특히 한 해 동안 조직을 이끌어오신 리더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해의 끝에 선 지금은, 남을 바꾸는 리더십보다 '나를 바꾸는 리더십'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리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으니까요. 많은 구성원을 이끌며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을 이끈 리더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힘도 강하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명확히 스스로를 인식하고, 내년에는 조금 더 튼튼한 리더가 되어보도록 해요!
리더의 자기 인식을 방해하는 것
조직의 성공과 구성원의 성장을 바라는 리더들 중에는 유독 자기 인식을 어려워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비단 리더만의 고충은 아니겠지만요. 리더들이 자기 인식을 어려워 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해요. 20년 경력의 조직/리더십 컨설턴트 장은지 전문가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았는데요.
첫번째, 성공의 함정입니다. 위기와 위험을 극복해본 경험이 있는 리더일수록 과거의 성공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대요. 그때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실제 자신의 모습보다 부풀려진 자아상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때로는 자기의 약점이 드러날까봐 오히려 팀원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팀원을 꾸짖어 위축시키기도 한다고 하네요.
두 번째 요인은 피드백의 부재.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또 위계 질서가 강한 조직일수록, 리더에게 구성원들의 피드백이 닿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스스로 평가한 리더십 수준과 팀원들이 평가한 피드백 간의 격차가 크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기도 하고요. 피드백의 부재로 나중에 구성원들과의 격차를 깨닫게 되면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하고 배신감을 느끼는 리더도 있대요.
마지막으로 주체성 결여입니다. 자신의 고유한 리더십을 개발하기보다 사회와 조직이 바라는 방향으로 자신의 모습을 맞추는 경우예요. 자기 것이 아닌 조직에서 좋게 평가 받는 리더십을 개발하는 쪽이죠.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돼요. 리더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니 팀원들에게 괜한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장은지 컨설턴트는 '솔직한 피드백 환경을 마련하라’고 말해요. 타인의 시선을 이해해야만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기에,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라는 것이죠. 사실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어요.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죠. 특히 리더의 자리에 앉아 있다면 더욱 그래요.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리더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구성원의 집중 대상이니까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런데 자기 약점을 드러낸다고 해서 팀원들이 얕잡아 보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스스로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일관된 언행을 느낄 겁니다.
윈스턴 처칠의 자신감의 근본, 현실 직시
이미지 출처: BBC
뛰어난 역사적 리더를 찾다 보면, 영국의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떠오르곤 합니다. 독일 나치 정권이 유럽 대륙을 정복하던 시기에 총리의 자리에 오른 그는, 절대 독일에 굴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열심히 싸우기 위해 국민 연설을 하고, 전쟁 현장을 직접 다니며 군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죠. “승리가 아니면 죽음 뿐”. 이 명대사가 처칠의 연설에서 나온 거예요.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당연한 태도 같아 보이겠지만, 저 시대의 상황을 들으면 저 말이 얼마나 큰 공포를 딛고 나온 말인지 알 거예요. 저 당시 영국은 그야말로 고립된 상황이었거든요. 유럽 국가는 모두 나치에 넘어가 함께 싸울 동지가 없었고, 영국과 함께 싸우기로 한 미국마저 발을 뺀 상태였죠. 확률적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에 국민과 군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처칠.
한편 그는 하루 절반 이상을 술에 찌들어 있었고, 하루 일과를 오후 네 시에 시작하고, 매일 시가를 물고 다녔어요. 외부의 편견으로 봤을 때는 그다지 좋은 리더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죠. 실제로 나치는 이러한 처칠의 뒷골목 깡패같은 이미지를 악용해 자기들의 선전 활동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나치는 처칠을 전쟁 미치광이로 표현하죠. 이 모습을 비아냥 거리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처칠은 유머로 받아 쳤습니다. 유머는 힘이라고 생각했죠. 처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뚱뚱하고 대머리인 그의 외모를 비하하자 이렇게 말했대요. “그 말이 맞아요. 갓 태어난 아기는 모두 저처럼 생겼어요.”
그의 유머와 자신감은 모두 명확한 자기 인식과 철저한 현실 직시에서 비롯합니다. 그가 얼마나 현실을 바로 보고자 했냐면요. 1938년 독일 뮌헨에서 독일 지도부와 협정을 맺고 귀국한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가 “이제 평화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고 발표하자, 처칠은 의회에서 “우리는 비극적인 완전한 패배를 당했다”고 말했다고 말했어요. 그 누구보다 나치를 깊이 연구했던 자신이기에 그들의 행동의 이중성을 잘 알고 있었죠.
처칠은 자신의 극심한 우울증을 ‘평생을 따라다닌 검은 개’로 표현했는데요. 그 우울증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 억울해 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기 문제를 인지하되, 그 자체를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했죠. 사람은 누구나 문제를 갖고 있으며,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거나 극복할 필요도 없다는 걸 인정했어요.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도피하거나, 현실의 사소한 어려움이 자신의 강한 의지를 꺾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고요.
루스벨트의 소통의 시작, 자기 극복
이미지 출처: History
루스벨트는 귀족 출신입니다. 하지만 늘 서민과 함께했죠. 장애인이나 흑인,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했고요. 늘 삶의 희망과 도전을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의 지난 노력 덕분에 미국 국민들은 루스벨트를 소통과 도전의 리더로 기억합니다. 단 한 번도 부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았는데, 동시에 부자를 비난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함께’를 강조했죠.
루스벨트는 무려 4선에 성공했는데요. 그의 리더십이 뛰어난 덕분도 있지만, 그 당시 미국 상황이 너무 안 좋았던 영향도 있다고들 말해요. 경제대공황과 제 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맞물렸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루스벨트의 희망 정책은 빛을 발합니다. 시대적 상황에 딱 들어 맞았죠. 루스벨트의 리더십으로 미국은 경제 위기를 벗어났고,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 승리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위대한 미국은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며 번영을 이룰 것입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진정성 있는 소통, 실천하는 의지와 목표를 향한 실행력이 리더의 덕목이라는 걸 루스벨트가 보여줬습니다.
그가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본인의 아픔에서 비롯해요. 4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후천성 소아마비를 앓았거든요. 이때 평생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실제로 그는 장기간 휠체어에서 내려오지 못했어요. 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재활치료를 거친 결과 두 다리에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죠. 평생 온전히 걷진 못하고 지팡이 신세를 져야 했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결국 해낸 거예요. 이렇게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삶과 현재를 주목하고 도전했습니다. 자아성찰에서 시작해 정책을 펼치고 사회를 돌봤어요. 진실된 소통은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서 비롯하니까요.
전문가들은 모두 2023년이 올해보다 더욱 힘든 해가 될 거라고 말합니다. 채용 시장도, 구인 시장도, 세계 경제도 모두요. 역사를 통해서 보면 어려운 시대일수록 뛰어난 리더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의 탁월함은 시대적 사명보다 스스로를 분명히 아는 것에서 비롯했다는 것입니다. 영웅이 되기보다 자기자신이 되는 것. 2023년 리더로 일할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부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