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글쓰기 3편 : 일의 능률을 올리는 기록
일과 자신의 삶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 work와 ilfe는 분리되기 어려워요. Work & life는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공생하는 관계에 가깝거든요. 흔히 ‘워라밸’이라고 하죠. 워라밸은 칼퇴 후에 사는 멋진 삶이라기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는 건데요. 나답게 일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나답게 삶을 가꾸는 태도예요. 여기서 맹점은 일도, 삶도 모두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나를 톺아 보기 위해 글을 쓰면 자아가 튼튼해지니 일의 능률이 오르고, 성과가 나게 되어 있어요. 그 일을 하는 주체가 결국 ‘나’이니까요. 뒤집어 말하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하는 일련의 노력과 과정은 회사가 아닌 ‘나’를 성장시키는 행위라는 뜻이죠. 저는 일잘러가 되기 위한 노력이 좋은 글을 다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노력의 기반이 기록에 있기 때문인데요. 능률과 효율을 위한 기록을 통해 글쓰기적(?) 사고를 살펴 볼게요.
- 1️⃣오늘 중요한 일, 딱 3가지 정하기
-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일하시나요? ‘9 to 6’로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아뇨, 우리가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평균이라고 하니, 그보다 적은 시간을 일할 수도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야근을 하는 걸까요…? 그만큼 우리의 하루에는 크고 작은 잡무, 혹은 버리는 시간이 많다는 뜻일 겁니다. 생각보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통제 밖 사건이 많은 탓일 수도 있죠. 예를 들면, 리더 보고 미팅이 길어졌다든지, 갑작스러운 클라이언트 요구 사항이 주어졌다든지, 뜻밖에 메일 업무가 많았다든지. 그래서 오늘 할 일을 정해 놓았음에도 모두 처리하지 못하고 결국 야근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 여기서 말하는 ‘개구리’는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뒤로 미룰 것이 확실한 일, 그러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말해요. 영어 공부나 운동과 같은 자기계발의 영역이 포함되는데, 우리는 업무 영역에서 한 번 생각해 볼까요?
그래서 오늘 할 일을 정리하는 것보다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을 파악하는 게 더 핵심이에요. 오늘 할 일일을 쭉 써보세요. 아주 자잘한 것부터 주요 업무까지요. 저라면 이런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 메일 회신 하기, 프로젝트 A 기획안 제작을 위한 레퍼런스 찾기, A 기획안 초안 제작, B 원고 쓰기, C 브랜드 인스타그램 게시물 업로드 준비 하기, D 기획안 피드백 하기, 아빠의 심부름 처리하기.
헥헥… 써 놓고 보니 이 많은 걸 하루 안에 할 수 있을까 싶네요. 저는 아마 제대로 못해낼 가능성이 높아요. 저는 중간 중간 점심도 만들어 먹어야 하고, 요가도 해야 하거든요. 여기서 빠르게 처리해야 할 딱 세 가지만 추려볼게요. 1) 클라이언트 메일 회신 하기 2) B 원고 쓰기 3) 브랜드 인스타그램 게시물 업로드 준비 하기. 이렇게 세 가지를 뽑았으면, 이건 무조건 오전 중에 처리해야 할 업무로 배정을 하는 거예요.
사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가장 어려운 업무를 뒤로 미루곤 하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에너지가 가장 높은 낮 시간대에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100% 미룰 것 같은 일’을 하라고 조언해요. (같은 맥락에서 자기계발 최적의 시간으로 ‘미라클 모닝’ 개념이 나온 것이기도 해요. 가장 능률이 좋은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라는 차원에서요.) 그리고 더 더 중요한 것! 핵심 3가지 일을 낮 시간대에 반드시 처리하기 위해 몰입하는 것. B 일을 하다 보면 자꾸 A 일이 떠오르곤 하는데, 우리의 목표는 B를 하는 게 우선임을 잊어선 안 돼요. 마음의 짐처럼 여겨지던 B를 처리하고 나면, 나머지 업무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파악할 수 있는 글쓰기적 사고는, 하나의 글에 딱 한 가지 주제만 쓴다는 것. 가끔 글을 쓰다 보면 하나의 주제를 쓰다가 이 이야기도 하고 싶고, 저 이야기도 하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럴 땐 글을 두 개 쓰면 돼요! 지금 내가 쓰는 글에서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 핵심 하나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2️⃣놓치는 내용 없이 회의록 작성하는 법
여러분은 회의록을 어떤 방식으로 쓰나요? 이 글을 보는 분의 연차와 직급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직 주니어 연차라면 회의록을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하실 테지만, 시니어 급이나 관리직에 있는 분이라면 회의록을 언제 써봤는지 기억조차 안 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회의 시간에 손 놓고 말만 하고 계신 건 아니겠죠? 잘 아시겠지만, 회의록을 잘 작성하는 사람은 정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정리만 잘 끝내도 일의 8할을 처리했다고 봐도 무방하죠. 정리된 일을 그대로 수행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 지금은 한 팀의 리더로 있는 김민철 CD가 막내 시절, 광고회사 TBWA 회의실의 풍경과 회의록을 기록한 책이에요. 크리에이티브 한 결과물을 내기로 유명한 TBWA 팀은 회의록을 통해 놓친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찾았다고 해요. 회의록이 일의 방향키가 되어준 거죠.
글쓰기는 그야 말로 ‘정리하는 일’이에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긴다면 뒤죽박죽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그 생각을 글로 옮기며 앞뒤 문장을 논리적으로 다듬고 감정을 풀어내며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요. 구조화 하는 과정이죠. 글을 쓸 때 중요한 것이 바로 What과 How, Why를 찾아내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볼게요. ‘오늘 나는 탕비실에서 우연히 박 대리를 만났는데, 박 대리의 신발이 귀여워서 칭찬을 했다.’라는 문장을 쓴다고 해보자고요.
- What: 탕비실에서 우연히 박 대리를 만나다.
- How: 박 대리를 칭찬하다.
- Why: 박 대리의 신발이 귀여워서
박 대리를 모르는 사람도 이걸 보면 ‘나’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겠죠? 회의록도 이와 같아요. 여기서 회의록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추가되겠죠. 누가 일을 처리할 것이냐, 담당자 Who. 언제까지 처리할 것이냐, When. 회의 내용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아젠다 (What) 중심으로 순서를 나열하고 그 사이사이에 액션 플랜(How)과 아젠다 및 플랜의 배경(Why)을 채워 넣어요. 그리고 그 일의 담당자(Who)와 마감 기한(When)을 꼭 써주고요. 여기서 중요한 것! 회의록은 회의가 모두 끝난 뒤가 아니라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에 쓸 것. 논의 내용을 키워드 중심으로 적어두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작업은 회의가 끝나고 해도 돼요.
3️⃣4가지 질문 중심으로 기획서 만들기
계속해서 ‘정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획도 ‘잘 정리된’ 기획서에서 나와요. 기획서를 예쁘고 화려하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에요. 역시 What, How, Why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꼼꼼히 정리한 기획서를 말하는 거죠. 정리하는 단계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우리가 수 없이 많은 회의를 하는 이유도 잘 정리하기 위해서예요.
그렇다면 기획서가 길다고 잘 쓴 게 아닐 거예요. 잘 정리된 기획서는 액기스만 우려낸 보약처럼 한 장에 일목요연하게 들어가 있어요. PRD(Product Requirement Document) 라고 들어보셨나요? 말그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왜 만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는 문서, 기획서를 일컬어요. PRD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팀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죠. PRD에서 중요한 질문은 4가지예요.
1) 우리가 만들려는 것은 무엇인가?
2) 왜 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3) 제품 개발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4) 목표 달성을 위한 검증 지표는 무엇인가?
1) 우리가 만들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제품을 만들것인지 결정하기 전엔 해결하려는 문제를 먼저 정의해야 해요. 여기서 문제는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사용자의 니즈를 말하는 거죠. 어떤 배경에서 사용자의 니즈가 나왔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2) 왜 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여기서는 사용자의 어떤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혹은 해결하고 보완하기 위해 이 제품을 만든다고 말해야 설득력이 있어요. 이 제품의 어떤 특징이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봅시다.
3) 제품 개발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고객 만족이라는 말은 너무 당연한 거고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우리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어떤 성과를 일으키는지 임팩트를 적어야 해요. 우리가 어떤 기회를 획득할 수 있는지 파악해도 좋아요. 우리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제품의 규모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방향을 잡을 수 있어요.
4) 목표 달성을 위한 검증 지표는 무엇인가?
지표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브랜드의 팬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 SNS 팔로워 수 1천명 증가, 유튜브 콘텐츠 평균 시청 시간 5분 이상, 재구매율 30% 증가 등을 지표로 삼아볼 수 있겠죠. 물론 브랜드의 특징이나 개발할 제품의 성격에 따라 위와 같은 지표가 필요 없을 수도 있고요. 검증 지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일을 위한 일만 했다는 느낌을 받기 쉬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