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7월부터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장인에게 글을 배워 잘 써보자는 마음으로 4회를 신청했는데, 벌써 8회 차, 4달째 수업을 듣네요. 사실 저는 개인적인 글쓰기를 정말 어려워하는 사람이에요. 매 수업마다 과제로 제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건,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차고 달리는 것과 같은 일이죠. 그럼에도 계속해서 꾸준히 제 글을 써야만 하는 이 수업을 듣는 이유는 딱 한 가지. 함께 수업을 듣는 분들의 따듯한 격려와 공감을 얻고 싶어서요. 나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 글을 공유한다는 건 타인에게 이해받는 일이더라고요. 수업을 듣기 전엔 그걸 머리로만 알았어요.
‘나를 위한 글쓰기 1편’에서 일단 쓰기 위한 5단계 팁을 나눴는데요. 오늘은 꾸준히 쓰는 방법을 말해보려고 합니다. 글쓰기로 뭐라도 해보려면, 당연히 계속 써야 해요. 하지만 꾸준히 하는 건 상당히 수고로운 일입니다. 귀찮음의 골짜기를 넘는 방법은 간단해요. 그 일을 하기 쉽게 만드는 겁니다. 반면에 미뤄 버릇하는 나쁜 습관을 바꾸는 방법은 그 일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거죠. 어떻게 하냐고요?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에 따라 방법은 다르지만, 제가 몇 가지 제안해 볼게요.
1️⃣ 오늘을 회고하고 내일을 시뮬레이션 하기
그거 아셨나요? 사람은 평생 생각보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해요. ‘난 생각이 너무 많아’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어제 했던 생각을 오늘도 하고, 오늘 한 생각을 내일 또 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의 생각은 결국 자기가 하던 버릇과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오늘의 감정과 기억을 뱉어내고 정리하는 일이 필요해요. 회고 일기라고 하죠.
누군가에게 들은 칭찬과 격려, 나도 모르게 욱했던 감정, 생각보다 좋지 않았던 성과, 점심에 먹은 갈비탕이 준 감동. 이렇게 하나하나 뜯어보면 오늘 하루만 해도 크고 작은 사건이 꽤 많아요. 쓸 게 하나도 없는 날은 없답니다. 밤마다 하루를 찬찬히 톺아보고, 당시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기록해 보세요. 이왕이면 나의 실수를 회고하는 것도 좋아요. 세계적인 많은 리더들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성공의 비법’이라고 말해요.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이 그 비법에 해당됩니다.
오늘을 회고하는 일만큼이나 내일을 시뮬레이션 하는 일도 필요해요. 회고를 하면 한 보 전진하겠지만, 적용을 하면 두 보 전진합니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회고 일기를 쓸 때까지의 일정을 구체적이고 꼼꼼히 적어보세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아침 7시, 난 알람이 울리자마자 끄고 다시 눈을 붙일 것이다. 그러니까 알람이 울리자마자 기지개를 켜고 일단 몸을 일으켜 곧장 화장실에 가 이를 닦는다. 이때 꼭 눈에 찬물을 묻힐 것! 뇌를 완전히 깨우기 위해 사과를 씻어 꺼내 먹고 하루 일정을 곱씹는다. 중요한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으니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선다. 지하철에선 PT 대본을 숙지한다.’
내일 시뮬레이션은 내일 할 일을 헤아려보기 위함도 있지만, 내가 매일 하던 습관적인 실수나 버릇을 미리 캐치하고 대비하려는 데 있어요. 물론 내가 그린 내일이 완벽히 일치하도록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예방책을 마련해두고 맞이한 사고와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커요. 토마스 에디슨이 그랬대요. “어떤 것이 당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2️⃣ 업무 이메일에 심혈을 기울이기
어쩔 수 없이 가장 자주 하는 글쓰기는 메일 쓰기 아닐까요?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파트너들과 꼭 주고받는 과정이니까요. 그럼 우리 이것부터 성실히 해보기로 해요. 메일 쓰기엔 특이점이 있어요. 주로 외부 파트너사들과 소통하는 툴이라는 점에서요. 외부 파트너들은 사내 동료들과 달라요. 동료들은 매일 얼굴을 보고 부대끼는 덕에 내가 대충 아,라고 해도 어,라는 반응을 보내주죠. 하지만 외부 파트너들과는 꼼꼼히 소통하지 않으면 자칫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에요.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은 이메일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하죠. 짧은 글만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하니까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업무 이메일은 1) 간단한 인사와 함께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2) 업무 요청 내용이 무엇인지 적고, 3) 양이 많을 경우 숫자나 형광펜 기능을 활용해 목록을 구분하고, 4) 첨부 파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적고, 5) 회신 기한을 안내하는 순서로 작성하면 돼요. 이 과정에서 비문이나 오탈자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이메일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 ‘신뢰를 줘야 하는 글’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끝인사! 여러분은 끝맺음을 어떻게 하시나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끝내시나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상투적인 말은 빼는 게 훨씬 좋습니다. 좋은 글에는 상투적인 표현이 없어요. 자기만의 언어와 표현이 그 자리를 대체하죠. ‘좋은 하루’ 대신 오늘의 날씨나 상대방의 노고와 상황을 고려한 감사를 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거예요.
3️⃣ 아주 짧게, 자주 쓰기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시간이 없다고 툴툴거리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퇴근 후 집에 오면 침대에 쓰러지기 바쁘고요. 그런 분들은 출퇴근길을 활용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출퇴근길엔 당연하게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돼요. 앞, 옆, 뒤 어느 방향 할 것 없이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틈에서도 휴대폰만큼은 포기할 수 없죠. 여러분은 그때 휴대폰으로 주로 뭘 하시나요? 유튜브 보기, 쇼핑하기, 인스타그램 보기, 카톡…. 이 틈나는 시간에 글을 써보세요. 휴대폰 메모장 앱 좋고, 블로그나 노션, 나에게 쓰는 메신저도 좋아요.
주제는 출근길이 힘든 이유. ‘왜 모두들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할까? 저마다 다른 시간에 일을 하면, 지하철에 사람이 덜할 텐데. 이 지옥철만 벗어나도 출근길이 조금 행복하겠다.’ 혹은 이런 주제를 쓸 수도 있어요. 오늘 아침 맡은 은행 냄새에 대해서. ‘지각하지 않으려 내달리다가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밟았다. 토독. 신발 밑에서 무언가 터지며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이 급하니 일단 뛰었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열차에 탈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갑자기 구린내가 올라온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서 나는 냄새다. 내 신발에서.’ 이런 식으로 아주 짧게 지금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쓸 수 있어요. 이때 중요한 건 잘 쓰는 것보다, 자꾸 써 버릇하는 거예요! 쓰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 때까지.
▲ 하루에 딱 세 줄 쓰는 일기 앱. 지인들과 함께 공유해 사용할 수도 있어요. 함께 쓰면 더 재밌는 일이 될 거예요. ⓒ세줄일기
4️⃣ 글쓰기 수업을 찾아가기
학창 시절엔 학교만 졸업하면 배움도 끝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배움엔 끝이 없더라고요. 때론 그렇게 싫어하던 시험도 봐야 하고요. 그래도 어릴 때와 다른 게 있다면, 배움의 즐거움을 조금 알겠다는 거예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하는 공부를 하기 때문이겠죠? 새로운 자극을 내 안에 채워 넣는 일은 삶이 나아가는 데 굉장한 촉진제가 되어 줍니다.
서두에 제가 글쓰기 수업을 꾸준히 듣고 있다고 했죠. 글쓰기 수업이 대단한 스킬이나 작문법을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나’를 표현하는 기쁨을 알려줘요.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내 생각과 감정을 더 재밌게, 나답게 나타낼 수 있을지 가르쳐주고, 함께 수업을 듣는 동기들은 제 글에 진심을 담아 반응해주죠. 그러니까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고, 잘 배우고 싶어서 열심히 쓰게 되더라고요. TV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감정 표현도 연습해야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꾸준히 하는 건 생각도 못 하죠. 그럴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전문가의 코칭에 따라가다 보면 글 쓰는 재미를 맛보게 될 거예요.
5️⃣ 목적과 목표를 세우기
글을 쓰는 목적과 목표가 있나요? 어떤 일에든 목적과 목표가 필요합니다. 목적과 목표가 없어도 일을 할 수는 있지만,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어느 순간 나태해지거나 관두게 되죠. 독립 출판을 하겠다는 목표도 좋고, 글을 통한 기록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발견하겠다는 포부도 좋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게 좋아요. 마냥 ‘언젠가 에세이 독립 출판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매주 월, 수, 토요일에 30분씩 6개월간 글을 써서 ‘2022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해야지’라는 목표가 훨씬 구체적이죠. 또 무엇보다 그 목표가 내 욕망과 맞닿아 있어야 해요. 에세이 독립 출판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가로 불리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욕망이 있나요? 정확히 나의 욕망에서 비롯한 목표를 세워보세요.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목표는 분명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자기계발 영상을 보면 부자들의 습관 중에 꼭 이게 나와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침대 정리하기.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라 신경 쓰지 않기 마련인데, 그 작은 것부터 해내는 습관으로 모든 일을 대하는 태도를 갖춘다는 의미이죠. 고작 침대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다는데, 하물며 그 어렵다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