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글쓰기 1편: 글을 완성하는 5단계
단어와 문장, 문단과 글. 매일 글과 사투를 벌이는 에디터이지만, 저 역시 글 쓰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여러분도 그러시죠? 그런데 이런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글쓰기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이런 말도 들어보셨나요? “능숙한 커뮤니케이션이 탁월한 성과를 낸다”. 들어본 적 없으시다구요? 그럴 수 있어요. 방금 제가 지어낸 말이거든요. (하하..)
그런데 단순히 웃자고 한 말은 아니에요. 진짜로 그러니까요! 글쓰기가 어떻게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 일일이 말하자면 입이 아프지만, 한 마디로 글쓰기는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래요. 문자라는 도구 하나만으로 읽는 사람을 이해시키고 납득시켜야 하니까요.
▲ 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글쓰기의 중요성 (4분짜리 영상을 모두 보고 싶다면 여기)
유시민 작가는 ‘글쓰기를 상품이라고 한다면 기호품이 아니라 생필품’이라고 말해요.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글이 쓰이잖아요. 글쓰기의 중요성은 알겠는데, 그럼에도 왠지 두려움이 있으시죠. 글쓰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고요. 어쩌면 우리가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여겨서 그런지도 몰라요. 각을 잡고 앉아 장시간 써야 하는, 그것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주어지지 않는 일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증명하듯 꾸준한 글쓰기는 200% 이상의 효과를 낼 겁니다. 어떻게 하면 여러분이 글쓰기를 조금 쉽게 대하도록 만들까 고민하다가, 저만의 글쓰기 비법을 소개하려고 해요.
1단계. 일단 의자에 앉기
저는 은근 완벽주의라서 일을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요.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까 봐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 마감에 닥쳐 처리하는 식이죠. 사실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마감에 임박해 일을 쳐내면…, 아시다시피 결과물이 만족스러울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런 방식이 나쁜 습관으로 굳어졌는지,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일기를 쓸 때에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글을 쓰기 위한 워밍업으로 하는 방법 첫 번째는, 무조건 의자에 앉는 것이에요. 의자에 앉기에 앞서 조건이 있습니다. 휴대폰을 침대에 두고 올 것. 휴대폰을 손에 쥔 순간 정신을 빼앗기기 일쑤니까요. 그렇게 일단 의자에 앉으면 60%는 성공했다고 보면 돼요.
2단계.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
▲글쓰기 전 워밍업에 도움이 됐던 책들입니다. 왼쪽부터 《식물들의 사생활》, 《작별하지 않는다》, 《생각의 기쁨》,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읽기와 쓰기는 뗄 수 없는 짝꿍입니다. 읽기없이 쓰기를 할 수 없고, 쓰지 않고 읽기만 하면 생각이 휘발돼요. 저는 어떤 글을 쓰기 전엔 항상 책을 꺼내요. 주로 소설을 꺼내는데요. 감성의 영역이 움직이면 몸과 마음이 반응을 하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술술 읽히는 에세이보다 감정적으로 푹 빠져들 수 있는 소설이 워밍업으로 더 좋더라고요. 책에 있는 문장을 보고 감탄하고, 저자의 사유와 표현에 밑줄을 그으며 자연스럽게 제 안에 떠오르는 생각과 이야기를 느껴 봅니다. 책 속 인물의 상황에 대한 공감일 수도 있고, 지금 내 상황을 반추해보기도 해요. 때론 제 감정을 위로 받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나 단어가 생겼나요?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생각 정리가 안 될 땐 그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 시작해보세요.
3단계. 맞춤법이나 논리를 신경쓰지 않고 쓰기
한국인들은 유독 맞춤법과 논리에 예민하다고 하더라고요. 한글날만 되면 여러 매체에서 한글 파괴 현상으로 줄임말 과용을 다루거나 여전히 우리 일상에 남은 일본어의 잔재를 지적하죠. 우리에겐 오뎅을 어묵이라고 말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잖아요. 그런데 한성우 언어학자는 규범이나 원칙으로 사용자가 실제 쓰는 말을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요. 말의 목적은 ‘소통’에 있기 때문이라고요. 쓰임이 다한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고, 사람들 간의 소통을 원활히 잇는 말은 여전히 살아 있을 거라고 하죠.
올바른 맞춤법을 사용하고 배우는 것, 너무 중요합니다. 또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그 강박 때문에 한 줄을 써내려 가기 어렵다면 과감히 무시해도 좋아요. 왜냐하면, 다듬는 건 퇴고 단계에서 할 일이거든요! 우선 뭐라도 쓰는 게 중요합니다.
4단계. 자리를 옮기기
한 자리에 오래 있는 걸 지루해 하는 성격이에요. 혹시 여러분도 그런가요? 그래서 저는 꼭 글을 중간쯤 쓰고 나면 자리를 옮겨요. 집에서 카페로, 카페에서 공원으로 옮기는 식이에요. 특히 제가 글이 잘 써지는 곳은 공원인데요. 주변이 탁 트인 자연에서 텀블러에 담은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면, (아, 상상하니까 나가고 싶네요.) 오감이 자극되며 언어를 관장하는 대뇌가 열리는 기분이에요. 시각, 후각, 촉각, 청각, 그리고 고소한 커피를 느끼는 미각. 사람은 알게 모르게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기업들이 가치에 따라 오피스를 재설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죠. 생각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땐 자리를 옮겨 보세요.
5단계. 퇴고 퇴고 퇴고 x 100
드디어 퇴고. 이 부분은 일기나 개인적인 기록물을 쓰는 분들에겐 필요 없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개인적인 글쓰기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보여준단 생각으로 퇴고를 하며 글을 고치면, 사고력과 구조화 능력이 훨씬 향상 됩니다. 책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는 책을 집필할 때 팔 할의 노력을 퇴고에 들였다고 하죠. 그만큼 퇴고는 완성된 글을 위한 필수 과정이에요. 과하게 부풀렸던 문장을 걷어내고, 글의 구조를 다듬는 것. 이 과정을 통해 나의 감정과 생각이 한층 더 명료해집니다. 이때 아까 신경 쓰지 않고 넘겼던 맞춤법을 고치기도 해요.
요즘 각 산업에서 콘텐츠 제작이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지면서 글쓰기 영역이 더 각광받는 것 같아요. 글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현상인데,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어요. 어디서 본 듯한 카피, 누구나 쓰는 표현으로 만든 문장이 남용된 콘텐츠를 볼 때 그래요.
모든 일이 그렇듯 콘텐츠도 자기만의 개성과 색으로 만들어져야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요. 연애도 그렇잖아요. 우리는 그 사람만의 분위기나 매력에 끌려 마음을 내어주죠. 당연하지만 나를 알려면 많이 들여다 보고 풀어내야 해요. 손을 움직일 힘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글쓰기, 오늘부터 시작해보길 적극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글 쓸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도 공유할게요!